한국에선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그리고 조국혁신당의 약진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난 총선 레이스를 지배한 이슈 중 하나는 대파였다. 논란의 진원지는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말했는데, 이 말이 여론의 공분을 샀다. 특히 가정주부들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분통을 터뜨렸다. 대통령이 대파 한 단 가격까지 세세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여론을 들끓게
실질적인 활동은 1970년대 초반에 끝낸 남성 이인조 듀엣인 사이몬 앤 가펑클, 그들의 노래는 지금도 변함없이 애창되는 곡이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위로의 노래고 ‘Scarborough Fair’는 반전사상을 담았고 ‘El condor pasa’에서는 잉카인들의 슬픔을 노래한다. 영화 ‘졸업’(마이클 니콜스 감독, 1968년)을 위해 만들어진 ‘Mrs. Robinson’에서는 냉소적인 의미이기는 하지만 하나님, 예수님이 가사에 여러 번 등장한다. ‘어둠은 나의 오랜 친구’라
레이디 줄리아나 호는 여성 죄수만 태운 선박이었다. 1788년 영국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700여 명의 영국 죄수를 비롯해 군인, 관리자 등 1,400명이 승선한 영국 제1함대의 죄수 호송선이 지금의 보타니베이(Botany Bay)를 거쳐 시드니 코브(Sydney Cove)에 상륙했다. 영국은 식민지이던 미국을 독립전쟁으로 막 빼앗긴 때였고 프랑스는 영국보다 한걸음 늦게 호주에 도착해서 그 땅에 군침을 흘릴 때였다. 영국의 선점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본래1770년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이 보타
영화 ‘라라랜드’에서 상큼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엠마 스톤이 라라랜드에 이어 ‘가여운 것들’(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로 여우주연상을 거머 쥐었다. 한국에서는 그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로다주’가 더 익숙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 첫 상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두 배우 모두 세계적으로 팬층이 두텁고 그동안 별 구설수도 없었기에 수상에는 별다른 뒷말이 없을 듯 했다. 그러나 수상식 후 두 배우 모두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 논란은 배우라기 보다는 아카데미 측에 책임이 있어보이는데 비난은 고스란히 배우들의
영화 '파묘'의 흥행 속도가 대단하다. '서울의 봄'보다 기세 좋게 600만을 돌파했고 1000만 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안타깝게 미주에서는 아직 관람할 수가 없고 개봉소식도 없다. 장재현은 전작 ‘검은 사제들’, ‘사바하’를 통해 오컬트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오컬트가 기괴하고 신비적인 분위기를 잔뜩 끌어 올린 장르지만 장감독은 오컬트 양식을 빌어 사회현상을 담아낸다. 또한 장감독은 검은사제들에서는 가톨릭 사제(김윤석 강동원)를, 사바하에서는 이단 전문 연구가인 목사(이정재)를 전면에 내세워 '정통' 종교와 오컬트의 세계관이
나치가 동유럽을 점령하자 동유럽의 국가에서도 유대인에 대한 핍박이 시작되었다. 루마니아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유대인을 팔레스타인으로 이주시켜 준다는 광고가 마침 지역 신문에 실렸다. 배의 이름은 스트루마(Struma)호, 스트루마는 동유럽을 흐르는 강의 이름이기도 했다.최고급 여객선으로 팔레스타인으로 ‘모신다는’ 는 배는 화려했다. 문제는 1000달러라는 높은 비용이었다. 당시 화폐 기준으로 1000달러면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일 것이다. 일부 유대인들은 아내와 아이들만 승선시키든지, 다른 유대인 가정에 아이들만 맡기는 형태로 이산 가
‘일본을 폭파한 일본인’. 지난 2011년 권혁태 성공회 교수가 ‘한겨레 21’에 실은 글의 제목이다. 이 칼럼은 급진단체 ‘동아시아 반일 무장 전선’을 소개하는 글인데 이들 단체 회원들은 일본의 제국주의 잔재인 여러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폭파하면서 유명해졌다. 1974년 8월 30일 미쓰비시 중공업 도쿄 본사에 폭탄테러를 감행함으로써 8명이 사망하고 376명이 부상당했다. 1974 년 8월 14일, 히로히토 천황이 타고 가던 열차가 지나는 철교의 폭파 미수 사건, 1975년 4월 도쿄 긴자에 있던 ‘한국산업경제연구소’ 출입문에 사제
#미국에도 절기(節氣)가 있다? 그라운드호그 데이(Groundhog Day)는 주로 독일 이민자가 많은 북미주에서 매년 2월 2일에 열리는 일종의 절기다. 들다람쥐의 일종인 마멋(그라운드호그)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을 가지고 겨울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짐작한다. 처음에는 독일이민사회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행사가 되었다.마멋이 굴에서 나와 자기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면 굴을 떠나는데 이것은 겨울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멋이 그림자를 본다면 다시 굴로 들어가 겨울잠을 청한다. 때문에 겨
콜로니아 디그니다드(Colonia Dignidad)라는 칠레의 신흥 종파가 있다. 영어로 하면 Colony Dignity, 우리말로 하면 존엄의 식민지다. 쓰라린 식민지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 불편한 단어이지만 스텐리 하우어 워스의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 영어 제목에도 식민지가 들어가 있다. 그러므로 콜로니아 디그니다드는 ‘존엄이 지배하는 외국인 공동체’라고 번역하는 편이 나을 듯 하다. 왜냐하면 칠레에 존재하던 독일인 신앙 종파의 이름이기 때문이다.독일 출신의 교주 폴 쉐퍼는 2차 대전 중 위생병도 아닌 시신을 들것에
고 이선균이 나온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치기에는 좀 그렇지만 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영화는 ‘파주’(감독 박찬옥, 2009년)다. 이선균이 맡았던 극중 김중식은 시국사범으로 수배중인 대학생으로 어느날 선배가 목회하는 파주를 찾는다. 선배집에 얹혀 살기 미안한 김중식은 목사를 도와 교인들을 실어나르는 봉고차를 운전한다. 귀농을 준비하던 목사는 중식에게 이제 수배도 풀렸으니 네가 목회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중식이 신학생이란 사실이 소개된다. 중식은 목회에 자신이 없다며 거절한다. 80년대 진보적 신학교를 다닌 적이 있는
암살을 뜻하는 영어 assassin은 대마초의 일종인 Hashishin을 하는 사람들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대마초를 핀 몽롱한 상태가 되어야 겁없이 살인 행각을 벌일 수 있다는 말이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마르코 폴로'에는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season1, ep.4). 노사(老師)로 불리는 지도자 아래 모여든 젊은 암살자들은 환각 상태에서 지극한 환락을 누린 뒤 암살에 참여한다. ‘마르코 폴로'에서 징기스칸의 손자로 3대 칸인 쿠빌라이를 암살하기 위하
지난달 27일 배우 이선균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의 무분별한 마약 수사를 향한 비판과 함께 연예인을 향해 사생활 보도도 서슴지 않은 언론에 대한 성토가 높았다. 이에 많은 기성 언론은 이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돌렸는데, 이같은 비판에 앞서 '기성 언론부터 자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또한 "유튜브·소셜미디어의 마녀사냥..."이선균 심리적 한계 몰렸다"", ""이선균 모친 극단선택" 유튜버들 마지막까지 가짜뉴스 퍼뜨렸다" 등의 기사를 지면에 실으며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
2주 뒤인 15일은 미국의 국정공휴일인 Martin Luther King Jr. Day이다. 민권운동의 상징인 킹목사의 생일(1929/01/15)을 기념하여 매년 1월 셋째 월요일을 공휴일로 지킨다. 킹목사는 68년 4월 암살로 희생되기 전에 수많은 살해위협을 받았고 칼에 찔리기도 하였는데, 그의 죽음으로부터 불과 두달 뒤에는 민권/반전에 대한 지지입장으로 당대 진보정치의 상징이었던 Robert F. Kennedy상원의원 또한 암살당하고 말았다.오래전 운전중에 미국공영방송(NPR) 인터뷰에서 한 흑인 민권운동가를 통해 백인 인종주의
이선균의 장례가 끝났다. 경기도 광주의 한 장지에 그는 봉안(奉安)됐다. 그는 영면에 들어갔지만 말이 좋아 영면이지 그의 입이 봉인(封印)된 것이다. 그의 비극적 죽음은 생을 스스로 끝내기 바로 직전의 치욕적인 삶에 비해 언론에서 외면 받았다. 김홍일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선균과 관련됐던 그간의 방송 보도, 특히 KBS의 녹취록 공개에 대해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자인했지만 그 얘기는 이제 이로써 이선균의 죽음 자체에 대한 뉴스 가치조차 삭감하라는 지시처럼 느껴졌다. 뉴스는 급격하게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행보로 옮
드라마 , 아카데미 사상 첫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거머쥔 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씨가 27일(한국 시간)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고 이 씨가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차량 내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숨지기 전 고 이 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언론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 씨는 간이검사와 국과수 정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3차례 이어진 경찰 소환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23일 3차
볼셰비키 혁명 이후 독립적인 활동을 시작한 중국의 공산당은 장시(江西)성에 소비에트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제 1차 국공합작을 결렬시킨 장제스(장개석)의 공격으로 1934년 소비에트를 포기하고 이른바 ‘대장정’에 나서 9600Km를 걸어 1935년 10월 옌안(延安)에 도착한다. 이 때는 조선 출신의 공산주의자들도 함께 해서 해방이후 연안파는 북한 정부 수립에 큰 축을 담당한다. 장제스가 중국 공산당을 토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동안 일본은 1931년 만주침략을 시작으로 중국을 야금야금 먹어가다가 본격적인 군사적 행동에 나서
1979년 10월 26일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서너달에 한 번 돌아오는 매복조에 걸려 밤새 민가 지역에서 매복을 했다. 외등없는 시골길에서 총알없는 총으로 매복을 하다 심심할 때 쯤 지나가는 주민을 향해 ‘정지!’를 외치면 늘상 있는 일이라는 듯이 주민들은 놀라지도 않고 “집에 돌아가는 길입니다”라고 답한다. 최전방도 아닌 서울 근교 농촌지역에서 민간인들을 상대로 이게 뭐하는 짓인가? 군이 우위에 있던(민관군이 아니라 당시는 군관민이었다) 야만의 시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매복조를 끝내고 새벽에 돌아오면 토요일 아침 점호는 면제되고
나에게 영화 ‘플라워 킬링 문’(원제가 Killers of the Flower Moon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2023년 작품)의 한 줄평을 요청하면 ‘구원의 손길을 외면한 미국의 흑역사’로 하겠다.살인 및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던 남편 어니스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와 병에서 회복된 아내 몰리(릴리 글래드 스톤)는 오랜만에 조우한다. 남편은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은 당신의 병상에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는 말이었을 터. 그러나 아내는 안다. 그 병이 남편이 인슐린 주사에 탄 독약때문이라는 것을. 남편의 미안하다는
‘보잘 것 없이 떠도는 자의 기록’이라는 뜻의 ‘쇄미록(瑣尾錄)’은 이순신의 '난중일기', 류성룡의 ‘징비록’과 더불어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을 알려주는 소중한 기록물이다. 본래 완역본은 6권으로 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축약한 ‘한권으로 읽는 쇄미록’ (사회평론아카데미, 2020)만 봐도 ‘난중일기’와 ‘징비록’에서 알 수 없는 그 당시 시대상을 파악할 수 있다.‘쇄미록’을 남긴 해주 오씨 집안의 종9품의 양반 오희문은 토목과 건축일을 관리하던 감역(監役)직의 양반이었다. 감역이란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요즘말로 하면 토목공사 현장의
강제규 감독의 첫 단독 연출작 ‘은행나무 침대(1996년)’는 SF와 역사물을 혼합한 작품으로 흥행에 성공하며 강감독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이어 ‘쉬리’ (1996년)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작품으로 평가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극중 북한 특수요원들의 잔혹한 훈련 장면으로 북한을 악마화한 ‘반공영화’라는 혹평도 있었으나 남북의 요원(한석규 김윤진)이 진실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만으로도 기존의 반공영화 문법은 벗어났었다.다음 작품인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는 장동건과 원빈 형제가 겪은 한국전쟁의 이야기다. 공부잘하던